Please enter your e-mail address. We will send your password immediately.

#감성

/ 너는 불공평하게도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을 닮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너는 다른 형태를 띄고서 내게 보인다. 너는 봄의 어여쁜 꽃들을 담았고 너는 여름의 시원한 장맛비를 가졌다. 너는 가을의 지독한 바람과 같고 너는 겨울의 차가운 고드름을 품었다. 너는 겨우 나에게 며칠만을 머물고 가놓고. 그 잔상과도 같은 네 그림자는 너보다 몇배가 더 길어서. 너의 그늘은 내게 그리움을 남겼다가 너의 그늘은 내게 행복을 주었다. 너의 그늘은 내게 아픔이었고 너의 그늘은 내게 삭제였다. 너는 불공평하게도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을 닮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나는 너를 닮은 것들을 지워야 한다. 너의 세상과는 달리, 나의 세상에는 남는 것이 하나 없도록. _무(無)의 세상, 낭만 #시 #시스타그램 #낭만 #글귀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작가
#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 어떤 날에는 손바닥에 그려진 실금들 중 하나를 골라 무작정 따라가고 싶었다. 동요하고 싶었다. 가장 가벼운 낱말들만으로 가장 무거운 시를 쓰고 싶었다. 그 반대도 상관없었다. 낱말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을 갖고 싶었다. 어떤 날에는 알록달록한 낱말들로 무채색의 시를 쓰는 꿈을 꿨다. 그림자처럼 평면 위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이고 싶었다. 한동안 내가 몰두한 건 이런 것들이었다. 입 벌리는 일을 조금 줄이고, 귀 기울이는 일을 조금 늘렸다. 귀를 벌리면 나비떼, 입을 기울이면 나이테, 터지고 있었다. 아무것이, 아무것도, 아무것이나, 머리, 가슴, 배로 이루어진, 동요하는 어떤 낱말이, 그러고도 한번 더 동요하는 어떤 마음이. 돌아오는 길에는, 으레 영혼을 삶는 장면을 상상한다.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